<전국행동 성명서>한일 양국 정부는 한일합의의 책임전가를 즉각 중단하라! --- ‘침묵할 것’을 조건으로 한 핵심부분은 사전 설명되지 않았다 ---
5월 26일 한국외교부는 2015 한일합의 당시 외교부와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당시)와의 면담 기록을 공개하였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의 청구에 따라 공개된 것은, 이상덕 동북아시아국장(당시)이 2015년 3월 9일, 3 월 25일, 10월 27일, 12월 27일에 윤미향 대표를 만났을 때의 면담 기록이다.
이에 한국 언론들은 “윤미향 한일 위안부 합의 사전에 알고 있었다... 수차례 설명” (조선일보), “정부와 협의'無'라던 윤미향의 거짓말... 형사재판은 어떻게?” (노컷뉴스) 등 선정적인 제목을 달고 보도, 일본에서도 “한일합의를 전 위안부 지원단체에 사전설명, 한국정부가 면회 기록 공개” (마이니치신문) 등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공개된 문서를 보면 면담의 일시와 장소, 대화의 항목이 남아 있을 뿐, 내용은 거의 모두 가림처리가 되어 있다. 실제로 윤 대표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대화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는 문서가 공개된 것이다. 이하, 공개된 문서와 보도의 문제점에 대해 정리한다.
한국 외교부는 “사전에 여러번 윤 대표를 만나 한일 합의의 내용을 전달”했는가?
우선 당시 한일간 현안이 되어 있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피해자의 요구에 맞게 해결하기 위해 정대협 대표가 한국 외교부 책임자를 만나 현황을 물어보고 피해자의 요구를 전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 전국행동도 이 시기 일본 정부에 다양한 형태로 접근해 정보 입수와 피해자의 요구 전달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움직임에 대해서는 정대협과 전국행동 간에서 밀접히 공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3월의 2회, 10월의 1회 면담 기록에 대해서는 단지 당연한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이 시기 한일 정부 간에서 어떤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는지, 한국과 일본의 운동단체는 물론, 언론에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이 시기 면담을 '한일합의' 내용의 ‘사전 설명’이었던 것처럼 오도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2.합의 발표 전야의 면담을 통해 무엇이 전해졌는가? --- 알려지지 않은 ‘사전 은닉 사항’
합의 발표 전야인 2015년 12월 27일 면담 기록 서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이 국장이 발표시까지 각별한 대외 보안을 전제로 금번 합의 내용에 △일본정부 책임 통감, △아베 총리 직접 사과・반성 표명, △10억엔 수준의 일본 정부 예산 출연 (재단 설립) 등 내용이 포함된다고 밝힌 데 대해)
이에 대해 윤 대표가 뭐라고 발언했는지는 가림처리되어 있어 알 수 없다. 한편 여기서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이 국장이 '사전에 전달했다'는 내용 속에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소녀상 문제의 적절한 해결', '국제사회에서의 비난·비판의 자제' (이하, ‘사전 은닉 항목’이라고 한다)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윤 의원은 그 동안 총리의 사과, 책임 인정, 국고로부터의 출연 등 3가지에 대해서는 전날 밤에 외교부로부터 통보 받았다고 여러번 밝혔다. 2022년 5월 26일 연합뉴스는 ‘위안부 합의 한 달여 뒤인 2016년 2월 당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었던 윤 의원은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정부로부터 ▲일본 정부 책임 통감 ▲아베의 총리대신으로서 반성과 사과 ▲일본 국고에서 10억엔 출연 등 3가지를 통보받았다며 "어떻게 평가할 건지 할머니들, 법률가, 연구가, 정대협 실행위원 이사들과 토론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그 동안 외교부에서 들은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 적이 없다. 다만 '사전 은닉 항목'에 대해서는 발표 순간까지 몰랐다고 사실을 말해 온 것 뿐이다. 발표 전까지 엠바고를 조건으로 언론에 미리 알려진 내용도 똑 같은 3가지만으로 '사전 은닉 항목'은 언론들에게도 숨겨졌다. 또 2017년 한국 정부가 발표한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결과 보고서'에도 외교부가 피해자 측에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확인, 국제사회 비난・비판 자제 등 한국 쪽이 취해야할 조치가 있다는 것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명백히 쓰여져 있다.
3.윤 대표는‘할머니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는가?
윤 대표가 '사전 은닉 항목'을 제외한 3가지에 대해 처음으로 외교부에서 통고 받은 12월 27일 이국장과의 면담 시간을 보면 19시~21시 반이라고 적혀 있다. 면담을 마치고 윤 대표가 귀가한 것은 23시경이었다. 그 시간에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면담 내용을 알려야 했다는 것일까? 한밤중에 한 분 한 분 전화 드리고 그 한 분, 한 분의 의견을 듣고 논의를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이라고 하는가? 윤 대표가 '사전에' 할머니들에게 전달하고 상의할 수 없었다면, 그것은 할머니들과 논의할 시간을 주지 않은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
12월 28일에 무언가 발표가 있을 거라는 보도가 처음 나온 것이 12월 25일이었다. 그것도 한국 언론이 아닌 닛케이, 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을 통해 한국 사회에도 알려졌다. 그 이전에도, 그리고 25일 이후에는 더더욱 빈번하게 전국행동은 정대협 윤 대표에게 연락하여 28일에 무엇이 발표될지 한국 외교부로부터 알려진 내용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때마다 돌아온 대답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였다. 그리고 발표 전날인 27일 저녁, 윤 대표로부터 전국행동의 양징자 대표에게 “이상덕 국장한테서 연락이 있었다, 지금 만나러 간다”라고 하는 연락이 왔다. 그 면담 결과가 양 대표에게 전해진 것은 밤 10시~11시경이었다. 양 대표가 그 때 전해 들은 내용 속에 '사전 은닉 항목'은 물론 없었다.
하룻밤이 지나 발표 당일 오전, 정대협 사무소에는 대구에서 올라오신 이용수 할머니, 정대협 이사들과 연구자, 변호사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윤 대표는 전날 밤에 통고 받은 내용을 전하고 발표 전 짧은 시간에 입장 표명을 위한 논의를 했지만 결국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 채 12시 발표를 모두 함께 지켜보았다. 그리고 발표를 통해 처음으로 윤 대표를 포함한 전원이 '사전 은닉 항목'을 알게 되었고, 그 순간 ‘의견의 일치’를 보게 된 것이다. 너무나 굴욕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정대협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정대협 관계자들이 분노를 폭발시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4.한일 양국 정부는 책임 전가를 즉시 중단하라!
한일합의는 많은 한국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그 이유는 한일합의가 일본 정부의 진지한 사죄와 반성을 표시한 것이 아니라, '침묵할 것'을 조건으로 일본정부가 돈을 지불하겠다는 자세를 드러낸 것이었기 때문이다. 2017년 '검토 결과 보고서'를 통해 '지원단체가 반발할 경우의 설득'까지 일본정부가 한국정부에 떠넘긴 사실이 밝혀졌다. 재단 설립, 피해자 설득, 지원단체 설득까지, 모든 부담을 한국정부에 들씌우고 ‘두번 다시 거론하지 말라’고 못을 박는 데만 열심이었던 일본 정부의 무책임함, 파렴치함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정도로 추악하고 부끄러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한국정부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도 지금 그 책임을 시민단체 대표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다.
윤석열정권이 출범하고, 합의 전날 외교부의 책임자로서 윤미향 대표와 면담한 이상덕 전 국장이 '한일정책협의대표단'의 일원으로 일본을 방문하여, 한일합의 당시 외무부 장관으로서 합의를 발표한 장본인인 키시다 총리와 면회하였다. 이런 타이밍에 외교부가 이 문서를 공개한 것이 과연 우연일까? 또 6월 1일에는 한국의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보수 진영은 선거 때마다 윤 의원을 폄훼하는 왜곡 정보를 흘려 보수 언론들이 그것을 선정적으로 받아쓰기해 왔다.
윤 의원은 오히려 가림처리된 부분까지 모두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무것도 숨겨 오지 않았고, 숨기려 하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은 더 이상 이런 왜곡・날조에 속지 말아야 한다. 한일 언론들은 사실을 확인하고 보도해야 한다. 한일 양국 정부는 파탄된 한일합의의 부활을 노리는 게 아니라, 진정한 해결, 즉 가해자에 의한 진지한 사실 인정과 그에 근거한 진심어린 사죄와 반성, 그리고 사실을 기억·계승함으로써 두번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2022년 5월 31일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전국행동
공동대표 양징자, 시바 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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