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제8차 세계일본군‘위안부’기림일

일본군‘위안부’문제를 없었던 일로 해서는 안 된다!

-정의연 공격에 항의하며 –




2012년 제11차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회의는 김학순 할머니가 공개 증언하신 8월14일을 세계일본군‘위안부’기림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희들은 8번째 8.14세계일본군‘위안부’기림일을 특별한 마음으로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 운동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온 정의연(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구 정대협) 및 윤미향 전대표가 이용수 할머니의 5월 기자회견을 계기로 한일 언론에 의한 강한 공격을 받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보수 언론은 정의연과 전대표에 대한 회계의혹을 고의로 파헤치고 연일 보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윤미향 전대표의 총선거 입후보 소식이 전해진 3월부터 ‘반일단체 대표의 출마’ 등과 같은 보도를 하였고, 그 후에도 한국의 부정의혹 보도를 마구잡이로 내보내며 지원단체가 피해자를 ‘팔아 먹었다’ 라는 식으로 단정지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후에 언론중재위원회에 의해 기사 삭제와 정정이 이루어졌지만, 일본에서는 아직도 잘못된 인식이 버젓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30년전, 김학순 할머니를 비롯한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여성들이 반세기에 달하는 침묵을 깨고, 전시성폭력을 고발한 배경에는 그 목소리를 들으려고 일어선 여성들의 존재가 있었습니다. 정의연은 각지를 돌며 피해증언을 기록하고 수요집회를 개최, 일본정부 및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등 여러 행동에 나섰습니다. 1992년부터 2018년까지 16회에 걸쳐 열린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는 각국의 피해자 및 지원단체와 연대하여 여성의 인권과 평화를 위한 연대활동을 전 세계에 확산해 왔습니다. 2000년 여성국제전범법정이 제안된 것도 아시아연대회의의 장이었습니다.



정의연은 피해자의 존엄회복에 중점을 두고 피해자가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며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가치관과 구조적 폭력에도 맞서면서, 생존자들이 평화인권활동가로 거듭날 수 있게 함께 걸어 왔습니다. 과거 역사를 밝히고 가해국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운동은 더이상 피해자를 만들지 않고 여성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향한 걸음이 되었습니다. 



 한편으로 30년이라는 세월은 생존자들에게 너무나도 길고, 가혹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용수 할머니의 발언은 계속 싸워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 일본정부의 자세와 사회에 대한 답답한 마음이, 함께 걸어온 정의연과 윤미향 전대표를 향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가두에서 호소하거나 해외에 나가 증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증언을 일본정부가 끊임없이 부정하고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것에 대한 허망함이 아니었을까요.



 가장 역사에서 배워야 할 당사자이며 가해국인 일본정부는 역사를 부정하고 ‘한일합의’로 해결되었다고 마무리를 해버리고, 각국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과 ‘기림비’에 대해서도 외무성과 대사관을 통해 비난하고 철거의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일본의 시민으로서, 일본군성노예제피해를 고발한 생존자들을 기억하고 일본정부의 책임을 계속 물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분쟁하에서의 여성들에 대한 폭력, 일상에 있어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모든 폭력에 대하여 침묵하지 않고, 함께 목소리를 높여 나갈 것입니다.



2020년8월14일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전국행동

공동대표 양징자 시바요코